이재명 대통령 “라면값 2000원 진짜냐”…농심 주가 급락
‘고물가 경고’에 시장 즉각 반응…정부 가격압박 우려 확산 농심 4.6% 하락, 라면 대표기업으로 타깃…삼양식품은 상승 마감 해외 매출 비중 차이에 따른 종목별 희비 엇갈려
- 백승주기자
- 2025-06-09 16: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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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라면값을 직접 거론하며 물가 안정 대책을 지시하자 국내 대표 라면업체 농심의 주가가 즉각 반응하며 하락했다.
정부가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주가가 오르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물가 정책의 방향에 따라 유사 업종 내에서도 실적 구조에 따라 투자 판단이 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 직후 농심 주가 4.6% 급락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농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4% 하락한 40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오전 중 41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정오를 전후해 급락세로 전환됐다.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물가 대책 보고를 지시하며 “라면 한 개에 2000원이라는데 진짜냐”고 발언한 것이 보도되면서다.
이 대통령은 “물가 문제에 대해 현황과 가능한 대책을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각 부처에 상황 점검과 대책 보고를 요청했다. 이에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맥주나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어쨌든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언급했다.
증권가는 이 발언이 특정 업종, 특히 가공식품 중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가격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라면 대표 종목인 농심에 대한 매도세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복되는 정부의 가격 압박…농심 ‘타깃’ 우려 재부상
시장에서는 정부가 밥상 물가 관리를 위해 라면 기업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2022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심을 포함한 주요 식품업체들을 소집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2023년에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가 방송에서 라면값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고, 직후 라면업체들은 잇따라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직접 라면 가격을 언급하며 상황 점검을 지시한 만큼, 농심 등 주요 업체들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정부 개입 가능성을 리스크로 간주하며 농심 주식을 매도하는 모습이다.
삼양식품은 오히려 상승…해외 매출 비중의 차이
같은 날 삼양식품은 0.62% 상승한 114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황제주' 대열에 오른 삼양식품은 농심과 달리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지됐다.
그 배경으로는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이 꼽힌다. 삼양식품의 2023년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64.3%였으나, 2024년에는 80%까지 증가했다. 반면 농심은 지난해 기준 40% 수준에 머물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수출 중심 구조여서 정부의 국내 물가 정책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가격 압박이 있더라도 전체 실적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언, 소비자·시장 모두 주목…식품업계 대응 촉각
정부 수장의 발언 하나로 대표 식품기업 주가가 요동친 이번 사례는 소비자 민감 품목에 대한 정책 발언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향후 비슷한 발언이 이어질 경우, 다른 소비재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식품업계는 아직 공식 대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부의 추후 입장이나 관계부처의 후속 조치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정위나 기재부 등에서 추가적인 지침이나 요구가 나올 경우, 가격 재조정이나 마케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정책 신호 따라 종목별 온도차 확대
이번 사태는 정부 정책의 미세한 신호에도 기업 가치와 주가가 즉각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일 업종 내에서도 수출 비중이나 내수 의존도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기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뿐 아니라 기업별 수익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TF 회의 전까지 부처별 물가 대응 대책 보고를 지시한 만큼,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에 대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