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뉴스

수산자원 보호냐, 여가활동 제한이냐…720만 낚시 인구 ‘촉각’

■ 해수부, 낚시면허제 도입 ‘중장기 검토’ 방침 밝혀

정부가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인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낚시면허제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6월 9일 발표한 ‘제3차 낚시진흥기본계획(2025~2029)’에 낚시면허제 도입 검토를 명시하며, 어획량 할당제 및 낚시 전용선 제도 도입 등 지속 가능한 낚시 환경을 위한 대책들을 포함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시면허제는 한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사안이지만, 수산자원 고갈과 어업인과의 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다시 검토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

■ 720만 낚시 인구, 급증한 여가 활동의 그림자

2024년 기준 국내 낚시 인구는 약 72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에 달할 만큼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 수요 증가와 맞물리며 낚시가 대표적인 가족 단위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그러나 인구 증가에 따라 낚시로 인한 수산자원 남획과 해양 생태계 훼손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연안 지역에서는 낚시꾼과 어민 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어민들은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어족 자원을 포획해 생계에 지장이 크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 낚시면허제, 왜 지금 다시 거론되나

낚시면허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돼 왔으나, 낚시 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제도화되지 못했다. 여가 활동에 ‘허가’를 붙이는 것이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낚시로 인한 수산 자원 고갈 및 쓰레기 문제, 안전사고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사용자가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낚시 행위에 최소한의 의무와 규제를 부여하자는 ‘책임 있는 레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

■ 해외는 이미 낚시면허제 시행 중

해외의 경우 낚시면허제는 보편적인 제도다. 미국, 호주, 독일,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낚시를 하기 위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일정 수수료를 낸다. 해당 수익금은 수산자원 보호와 해양 정화 활동에 재투자된다. 또한 어획량 제한이나 금지어종 지정 등 낚시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호주는 낚시 교육 이수 후 시험을 통과해야만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위반 시에는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

■ “신중히,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해수부는 “과거에도 낚시면허제를 추진했지만 국민 반발이 커 무산된 바 있다”며 “이번에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의 타당성을 충분히 논의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산자원 보호와 어민 생계 문제,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해양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 해수부의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빠른 시일 내 제도화보다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